MR-dust, 우리는 오늘도 한 번 더 ‘재생’ 버튼을 누릅니다
MR-dust의 하루는 조용한 소리로 시작합니다. 새로 켜진 모니터의 작은 팬 소리, 아직 예열되지 않은 스피커에서 나는 낮은 헛기침 같은 잡음, 커피 머신이 뱉어내는 붉은 불빛.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헤드폰을 쓰는 사람들.
겉으로 보면 그저 평범한 작업실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누군가의 브랜드가, 누군가의 영화가, 누군가의 오랜 꿈이 소리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MR-dust는 거창한 이름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이런 말을 더 좋아합니다. “우리는 당신 프로젝트의 ‘배경’을 책임지는 팀입니다.” 배경이라고 해서 덜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어떤 장면은 배경이 무너지면 전부 함께 무너져버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믿는 것: 음악은 결국 사람의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MR-dust의 첫 번째 기준은 단순합니다. “음악은 기술보다 사람의 목소리를 먼저 닮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목소리는 실제 음색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브랜드가 세상에 걸어 나올 때 가지고 있는 태도, 감독이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감정선, 클라이언트가 브리핑 중에 잠깐 멈칫했던 그 침묵. 그런 것들을 다 합쳐서 우리는 ‘목소리’라고 부릅니다.
최근에는 알고리즘과 자동화 도구 덕분에 음악 제작 환경이 엄청나게 편해졌습니다. 전 세계 음악 산업의 흐름만 봐도 디지털 중심의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IFPI 글로벌 음악 보고서 같은 자료를 보면 숫자와 그래프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 우리도 그냥 빠르게 찍어내자.”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MR-dust는 여전히 사람의 말투와 표정을 보고 첫 사운드를 정합니다.
MR-dust의 시작: 아무도 몰랐던 작은 방에서
처음 MR-dust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우리는 제대로 된 간판도 없었습니다. 좁은 골목 끝, 반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셔터 옆에 작은 종이만 붙어 있었습니다. “MR-dust 작·편곡실”
그때 장비는 대부분 중고였습니다. 미디 키보드는 어느 키가 살짝 헐거워서 세게 누르면 미묘하게 음정이 흔들렸고, 모니터 스피커는 페이더를 끝까지 올리지 않으면 저역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방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우리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했습니다. 아직 이름 없는 브랜드 영상, 지인들이 부탁한 짧은 사운드 트랙, 어쩌다 들어온 저예산 독립영상 음악까지. 우리는 매번 과하게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한 번은 밤새 만든 곡을 아침이 되자 그대로 지워버린 적도 있습니다. “이건 우리 감정이 아니라, 그냥 예전에 듣던 트렌드를 그대로 베낀 것 같아.” 그런 대화를 하면서요.
클라이언트와의 첫 만남: 질문을 더 많이 하는 편입니다
MR-dust는 첫 미팅에서 음악 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브랜드가 제일 두려워하는 건 뭐냐” “이 프로젝트가 망했을 때 가장 아쉬운 포인트가 뭐냐” 이런 얘기를 먼저 묻습니다.
놀라는 분들도 많습니다. “음악 얘기를 하러 왔는데, 왜 자꾸 감정 얘기를 하죠?” 하지만 실제로 음악의 방향은 그 감정에서 출발하기 마련입니다.
브리핑 문서보다 목소리를 먼저 듣는다
메일로 정리된 브리핑은 중요합니다. 방향, 예산, 일정, 레퍼런스 링크. 다 필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MR-dust는 그 문서 뒤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더 먼저 듣고 싶어 합니다.
화상 미팅 중에 잠깐 한숨을 쉬는 순간, “여기까지가 우리 한계일지도 몰라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순간. 음악은 대체로 거기서 방향을 잡습니다.
때로는 클라이언트가 준비해 온 레퍼런스 음악들 중 어느 것도 프로젝트와 제대로 안 맞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이 곡들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지금 프로젝트의 얼굴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과정: 완벽함 대신 ‘진짜’를 택하는 연습
1. 초벌 데모 – 거칠게, 그러나 방향은 또렷하게
첫 데모는 일부러 완벽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곡의 뼈대와 감정선, 전체적인 톤만 크게 잡습니다. 악기 구성도 많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 방향, 끌린다 vs 아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이즈도 좀 남겨두고, 구조도 약간은 헐렁하게 둡니다.
클라이언트와 이 데모를 들으면서 “여기서 갑자기 숨이 좀 막히네요.” “이 구간은 괜히 마음이 가벼워져요.” 이런 말이 나올 때, 우리는 그 지점을 꼼꼼히 기록합니다.
2. 구조 다듬기 – 장면과 음악의 박자를 맞춰 나가기
이후에는 장면과 음악의 박자를 맞춥니다. 영상에서 컷이 바뀌는 지점, 카메라가 줌 인하는 순간, 배우가 눈을 돌리는 아주 작은 타이밍. 이런 것들에 사운드를 맞춰 넣습니다.
이 단계는 꽤 섬세한 작업입니다. 0.1초 앞뒤로만 밀어도 감정의 전달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타임라인을 확대했다 줄였다 하며 구간을 수십 번 왔다 갔다 합니다.
3. 사운드 레이어 – 필요 이상으로 채우지 않는다
요즘은 좋은 라이브러리와 플러그인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욕심을 내면 금방 트랙이 꽉 차버립니다.
하지만 MR-dust는 “비워둘 자리”를 항상 남겨두려고 합니다. 배우의 숨소리, 공간의 잔향, 실제 현장의 노이즈가 음악보다 더 중요한 장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발상은 믹스에서 공간을 남기는 사운드 디자인 글에서도 자주 언급되지만, 결국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4. 최종 믹스와 마스터 – 스튜디오 밖에서 다시 들어본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스튜디오에서만 듣지 않습니다. 노트북 스피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 스마트폰 이어폰, 심지어 자동차 안에서도 들어봅니다.
대부분의 관객은 우리가 쓰는 고급 장비로 영상을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스튜디오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사운드가 실제 환경에서는 훨씬 더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스튜디오의 자존심보다는 현장의 현실을 따라갑니다.
장르별로 다른 접근, 그러나 중심은 같다
영화와 드라마: 감정의 숨을 따라가는 음악
영화 작업에서는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먼저 파악합니다. 초반, 중반, 후반의 감정 곡선. 갈등이 터지는 순간과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가지만 사실 핵심인 장면.
음악은 이 곡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입니다.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뭔가 이상하게 오래 남네” 이런 느낌만 남아도 성공입니다.
음악과 감정선의 상관관계는 심리학 칼럼들에서도 많이 다루는 주제지만, 결국 편집실 안에서 감독과 함께 머리를 싸매고 있어야 실감이 납니다.
광고와 브랜디드 콘텐츠: 짧은 순간에 각인되는 사운드
광고는 시간과 싸움입니다. 6초, 15초, 30초. 그 안에서 브랜드를 기억에 남겨야 합니다.
MR-dust는 이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의 기분을 전달하는 데 집중합니다. 로고 사운드는 단순히 “띵-” 하고 끝나는 신호음이 아니라 브랜드의 캐릭터를 담은 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업종이라도 서로 다른 사운드 톤을 제안합니다. 누군가는 따뜻한 어쿠스틱이 어울리고, 누군가는 차갑고 기계적인 전자음이 어울립니다.
공연과 라이브: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는 진동
공연용 사운드를 만들 때는 스피커와 관객 사이의 거리까지 상상합니다. 볼륨이 커질수록 감정도 자동으로 커지는 건 아니니까요.
어떤 공연에서는 낮은 베이스를 줄이고 중역대를 강조한 적도 있습니다.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며 듣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진동보다 가사가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MR-dust가 기억하는 몇 가지 순간들
조용한 다큐멘터리의 엔딩, 피아노 한 줄
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서는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음악을 넣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우리는 여러 버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완전히 무음인 버전, 현장 소리만 남긴 버전, 아주 얕은 패드만 깔린 버전.
결국 선택된 것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피아노 한 줄이었습니다. 상영이 끝난 뒤, 한 관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엔딩에서 갑자기 숨이 깊어졌어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마지막 음이 오래 남더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우리 모두 말 없이 서로를 한번 쳐다봤습니다.
브랜드 캠페인, 2초짜리 로고 사운드의 힘
또 다른 캠페인에서는 영상 전체보다 마지막 2초가 더 중요했습니다. 로고와 함께 나오는 짧은 사운드. 그 2초 때문에 전체 광고의 인상이 바뀌었습니다.
여러 버전을 테스트하면서 “이건 너무 공격적이다.” “이건 너무 약해서 존재감이 없다.” 계속 줄다리기를 하다 보니 단순하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는 패턴이 하나 남았습니다.
캠페인이 끝난 뒤, 고객사는 내부 회의에서 이 로고 사운드를 알람음으로 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앞으로의 MR-dust: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깊게
음악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콘텐츠 플랫폼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숏폼 영상, 라이브, 팟캐스트, 어디에나 음악이 필요합니다.
MR-dust의 목표는 단순히 이 시장에서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이런 질문을 붙잡고 싶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진짜 같은 음악을 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숨을 듣고 있는가.”
그래서 앞으로도 아마 회의 시간은 길어질 것이고, 초반 데모는 일부러 거칠 것이고, 불필요한 사운드는 끝까지 떼어낼 것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이 음악을 우리 가족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을까.”
지금, 당신의 장면을 들려주세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획서도 괜찮습니다. 대본이 덜 나온 상태여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이런 장면이 머릿속에 있어요.” 정도의 이야기만 있어도 됩니다.
MR-dust는 그 흐릿한 스케치에서 첫 번째 음을 찾는 일을 잘합니다. 영상의 톤, 브랜드의 방향,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까지 천천히 함께 정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상상하는 화면, 그리고 그 화면 뒤에서 흘러야 할 소리가 있다면 언젠가 한 번쯤은 우리 작업실의 불빛 아래에서 같이 들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MR-dust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진지하게 재생 버튼을 한 번 더 누릅니다.


